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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사무엘상 21장에서 다윗을 죽이려는 사울을 피해 도망하는 다윗의 고난의 여정이 시작된다. 다윗은 도망자요, 배고픈 자요, 거짓말하는 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굶주린 배를 채워줄 빵도 없고, 자신을 지킬 칼도 없고, 머리 붙일 곳도 없다.
 
우리의 삶 속에도 이런 광야와 같은 시간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그 가운데 실패를, 무가치함을, 무능력함을 경험하곤 한다. 굶주리기도 하고 멸시를 받기도 한다. 어떤 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어두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 시간이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수년 혹은 수십년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고난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자기의 “나뭇잎”을 벗는 시간이다. 자신이 정직하게 드러나고, 자신에게 정직하게 부딛히게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말 자신이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정말 자신이 버릴 수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말해서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벌거벗은 체로 살았다. 하지만 죄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를 가리기 시작했다. 아담과 하와가 범죄 후에 무화과 나뭇잎으로 자신을 가렸던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육체와 내면을 우리 각자가 만든 “나뭇잎”으로 가리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 나뭇잎은 탐욕이나 상처를 가리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종교적 야망이나 열정을 고상하게 포장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그렇게 바람(고난)이 불지 않으면 날아가지 않는 나뭇잎으로 자신을 가린 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예수님을 영접하고 "크리스천"이라는 명찰을 붙인 사람들에게 주어진 동일한 소명 중에 하나는 죽는 그날까지 그 나뭇잎을 벗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벌거벗었던 우리의 원래의 자리로 조금씩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믿는 자들에게 이미 성취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우리의 구원"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의지하여 그 구원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그것이 그냥 크리스천의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